대망의 출국날. 밤새는건 당연지사였고 머리를 감을까말까 하다가 가면 또 감기 힘들어 질 것 같아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먼저 감았다. 그리고 엄마가 타주는 미숫가루, 비타민제 먹고... 몇 주 전부터 감기에 걸려서 엄마가 많이 걱정하셨다. 기침 소리 한 번에도 심장이 덜컥한다는 엄마. 지금도 기침은 조금씩 하지만 거의 낫고 있는 단계라서 다행인 것 같다. 감기 걸렸을 땐 진짜 과연 호주에 갈 수 있을까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국은 그래, 출발.
짐이 너무 무거운 것 때문에 노심초사를 했었다. 막상 무게를 달면 30~40kg이 나오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인천공항 도착해서 탑승수속 밟으면서 캐리어를 맞기니 딱 19.8kg이 나왔다. 역시 어림짐작은 내가 최고인 듯. :) 기내용 백팩도 굉장히 무거웠지만 막상 달아보니 한 7kg정도 밖에 안되더라. 짐에 대한 부담은 많이 덜었고 수속 밟고나서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한국 음식 만두 순두부 찌개를 먹고 면세점에서 선글라스를 하나 샀다. 면세점이 쌀 거라고 생각해서 백화점에 할인 행사하는 선글라스까지 마다하고 구입했는데 인터넷에 모델명을 쳐보니 인터넷이 더 싸더라. 이런거 진짜 싫어ㅠㅠ. 하지만 직접 껴보고 사는 거랑은 다른거라고 위안을 했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밥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30분 정도 대기하고 있다고 탑승했고 중국 남방 항공을 이용하였다. 처음 이용하는 항공인데 생각보다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보니 여러 종류의 기내식이 나오는데 돼지고기는 진짜 먹을게 못 되고 소고기와 닭고기가 그나마 먹을만하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둔 상태. 난 비행기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옆에는 커플이 탔는데 여자는 중국인인데 남자는 처음엔 중국인인줄 알았더니 한국인이였다. 중국어를 굉장히 능숙하게 하는 한국인. 그래서 arrival card 작성하다가 탑승권이 백팩에 있어서 꺼내기가 힘들어서 옆에 있던 남자에게 항공편 몇번이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주고, 적기가 좀 애매한 것들을 공백으로 남겨뒀더니 옆에 있던 남자가 곁눈질을 한 건지 그 칸에는 비자 번호 쓰면 된다, 비자 발급받은 장소 쓰면 된다고 친절히도 알려주셨다.
그러고 다시 곯아떨어져 있다 보니 중국 광저우 도착. 거기서도 transfer 수속을 밟는데 앞에 있던 한국인 여자 사람이 혹시 하루정도 대기하다가 비행기 타냐고 여쭈어 보길래 난 4시간 대기하다 탄다고 하고 그러다가 말문이 트여서 대화를 조금 했는데 그 여자분은 나보다 1살 어리고 캐나다 벤쿠버에 워킹홀리데이를 홀로 갈 예정이고 홈스테이를 한다고 한다. 너무 상세히 적었나. 여튼 그러다가 수속 끝나고는 헤어졌다. (가는 길이 다르니)
지금은 광저우에서 4시간의 대기시간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뭐할까 하다가 일단 노트북을 꺼내들었는데 맞은편에 있던 동남아인이 wifi 되냐고 묻길래 잘모르겠다고 하다가 서로 이리 시도해보고 저리 시도해봤는데 결국은 안되서 그 방글라데시인이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에 help를 요청 했나보다. 그 직원이 뭐 누르더니 커넥트 됐다고 뜨길래 나도 해달라고 그러고 그래서 다행히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번에 블로그 찾아보니 어떤 분은 와이파이 쓰려고 광저우에서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했다고 하던데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근데 방글라데시인 덕분에 그런 수고를 하지 않고 쓰게 되었음 :) 근데 인터넷을 하려니 막상 할 것이 없다. 인터넷 안하면 다운 받아 놓은 '만추'보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되니까 괜히 인터넷을 누리고 싶은 이 심리. 할 것도 없지만. 여튼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 그냥 여행이면 가볍게 갔다오면 될텐데 그게 아니니까 부담이 많이 된다. 영어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부딪치면서 하루하루 느끼겠지. 내일이면 시드니 구나.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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